일요일 오후 어제부터 추석연휴다 하늘은 맑고 높다 조석으로 약간은 쌀쌀 하지만 한낮의 햇빛은 따갑다. 집 대문을 나서니 한강 강바람이 얼굴과 몸을 세차게 스친다 옆집 절 마당 화단에 하얀꽃들이 심하게 이리저리 넘실 거리는 모양이 아름답다 웬지 마음이 저려온다 귀가 아픈 코카스파니엘을 데리고 한강산책을 나선다 12살의 유리는 걸을 수록 속도가 늦어지며 억지로 끌려오듯 땅을 보며 천천히 걷는다. 마포대교 아래를 지나 마포마루터 벤치에 앉은 유리는 무표정 하게 한강을 응시한다, 여의도 너머로 지는 석양빛이 유리에 곱실거리는 갈색털에 스며 따뜻해 보이나 유리의 표정은 차갑게 느낀다. 내일 추석 차례를 위해 오늘 저녁은 삼각지 큰집에 가족이 모인다, 오래만에 만난 형제들은 밤늦게 까지 부침개를 부치고 술을..